그럴 수 있어, 저자 양희은이 건내는 위로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나는 책이었습니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가보지 않은 길을 지나오신 그분이 한 줄 한 줄 적어주신 글들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변에 서로 무슨 말이든 터놓을 수 있고, 모여서 밥이든 걱정이든 퍼놓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살피며 그렇게 함께 많이 웃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이별하기, 이별을 준비하기
선생님이 적어주신 친구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이삼십대를 함께한 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라니, 이별은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이별은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주변에 챙겨야 할, 챙기고 싶은 사람들은 떠올려봅니다.
여러분의 이별노트에 내용을 적는다면 어떤 것을 적으시겠어요?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해보았는데, 전혀 생각지 않은 부분들이라 생각했던 탓인지, 나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탓인지,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뿌려주세요. 너무 오래 슬퍼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살다가 한 번씩 생각나면 자연스럽게 기억나는 만큼만 기억해 주세요. 하고 싶습니다.
내 주변 이들에게 너무 큰 슬픔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녀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아빠의 직업상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서 함께 떠날 계획을 세워야겠습니다. 어른들의 체력이 좋을 때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서 엄마아빠 두 분이 하실 수 있는 여행도 보내드리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괜찮게 나이 먹기
힘 빼고, 욕심내려 놓고, 마음 편안하게 나이 먹어가기를 다짐해 봅니다. 봄이면 세상 가득한 생명의 푸릇함을 느끼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다와 계곡을 즐기고, 가을이면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을 보고, 겨울이면 코 끝 시린 공기와 새하얀 눈을 보며 시간이 지나가고 계절이 지나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내보려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저의 인생을 털고 솎아내어 더 찬란하게 꽃을 피워 보겠습니다. 뭔가를 꾸준히 배우고 익혀내며 찬찬히 지켜내고 몸과 마음에 새겨 넣으며 내실을 다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유 있고 완벽해 보이는 모습 속에
양희은 선생님 무대를 볼 때면 늘 언제나 여유있고 완벽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주신 책 안에서는 소심증과 무대 공포증이 있다 하셨습니다. 너무 신기하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어느 무대나 여유 넘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는 것이 노래라 하셨던 그 말씀이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저는 그리 노래를 잘하지도 춤을 잘 추지도 못하여 노래나 춤으로 맘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을 어찌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네 인생을 노래에 담고 몸짓에 담는 분들을 흉내 내지는 못하지만 맘 속 깊이 응원하고 눈으로 즐기곤 합니다.
누군들 제 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저도 지금보다 영겁의 시간을 더 해야 할지 모르는 일들을 그때 그 때 성실히 해내고 뿌듯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그 밥의 그 나물 같이 비슷한 노래를 하는 것도 싫으시고 70년대 노래를 되풀이하며 추억을 파먹는 것도 싫다던 선생님 말씀처럼, 저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혹은 표현 방법으로 일을 진행해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디자인이 업인데, 하면 할수록 더디고 하면 할 수록 자기 복제를 하는 느낌이라, 자꾸만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다른 후배들과 협업을 하며 이것저것 도전하시듯, 저는 새로운 강의도 보고 레퍼런스도 부지런히 찾아보고 제 몸에 흡수시키며 제 일을 좀 더 사랑하고 즐겨보겠습니다. 선생님이 하셨듯 저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동안 해온 디자인 안의 '쪼'를 없애고 늘 다채롭게 일해보려 합니다.
저자 양희은 선생님의 인생을 엿보는 느낌이 물씬 드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책입니다. 왠지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이 듭니다. 마음이 헛헛하고 힘들 때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감정을 함께 느껴보아요.